![]() |
|
#국내 웹툰 벤처 A사는 지난해 구글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갑자기 자사 앱이 사라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구글로부터 아무런 사전 통보가 없었다. A사는 앱이 삭제된 이유를 구글코리아에 문의했으나, 미국 본사에 A사가 직접 연락해봐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 A사는 구글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 구체적인 삭제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회신 메일엔 구체적 이유 대신 대략 '성인물'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내용만 간단한 답변만 담겨 있었다. 어느 부분이 성인물에 해당하는지 알려주는 내용은 없었다. A사는 자체적으로 성인물에 해당하는 콘텐츠 부분을 지우고 다시 구글플레이에 앱을 올렸지만, 앱 차단은 풀리지 않았다. A사는 10여 차례 더 콘텐츠를 수정한 뒤 올려봤지만, 역시 앱 마켓엔 등록되지 않았다. 지치고 화가 난 A사는 결국 구글플레이 등록을 포기하고 말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앱마켓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배적 사업자인 구글의 '갑질'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중소 앱 개발사들이 구글 플레이에 등록한 앱이 어느 날 갑자기 삭제되거나, 재등록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등 구글의 지배적 사업자 지위 남용 사례를 지적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구글의 이 같은 오만한 앱 마켓 운영방식은 이미 수차례 지적돼왔고, 업계의 강한 질타를 받아왔다.
그러나 구글은 태도 변화가 없다. 국내 웹툰 업체인 레진코믹스 역시 지난해 A사와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앱이 삭제됐고, 이후 앱 등록절차를 거쳐 앱을 수정해 다시 등록했다.
구글이 밝히고 있는 앱 차단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해 초 삭제됐던 국내 인기게임 '윈드러너'는 '결제'가 원인이었다. 윈드러너가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K 게임사는 구글이 '저작권'을 임의로 판단해 앱을 삭제하기도 했다. K사는 다른 게임 개발사로부터 판권을 사와 국내서 카카오 버전으로 게임을 새롭게 출시한 것인데, 구글측은 아무런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해당 게임 앱을 삭제했다고 K사는 주장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둔 상황에서 갑작기 앱이 삭제되면서 이 게임사는 큰 곤욕을 치렀다.
대중 인지도가 있는 기업보다는 작은 규모 업체나 개인 앱 개발자들은 아예 문제를 해결하기조차 쉽지 않다. 구글은 앱 사업자나 개발자와의 소통 창구를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측은 "본사측과 1대1 채팅 또는 메일 등으로만 문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메일을 보내도 답변을 받기까지 며칠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SK플래닛(T스토어), 네이버(앱스토어) 등 국내 앱스토어의 경우엔, 개발자 센터를 운영하며 검증 담당자들과 부서를 별도로 두고 앱 사업자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구글은 이 같은 불성실한 앱 마켓 사업자 서비스에 더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설치된 스마트폰에 자사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선(先)탑재해 다른 앱 마켓 사업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구글플레이에서 발생하는 앱 사업자의 매출 가운데 수수료만 30%를 가져가는 불평등한 수익배분 계약도 업계로부터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구글이 국내서 구글플레이 운영만으로 거둬들인 매출은 1조3000억원 가량이다. 한국은 구글플레이 앱 등록수로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많은 중소 앱 사업자나 개발자들로부터 막대한 수수료를 가져가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형편 없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내 한 앱 개발사 대표는 "아무리 구글에 얘기해도 한낱 중소 기업 얘기엔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 중소기업이나 개발자 의견을 듣고, 제대로 된 앱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12002100151746001&naver=stand